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이 "드라마"라는 대답이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학창 시절 내내 장래희망란에 "시나리오 작가"를 썼던 나는 어렸을 적 그렇게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했다. 방영하는 드라마 외에도 당시 내가 태어나기 10년도 더 전에 방영했던 것까지도 찾아봤었다. 중학교를 다닐 적에는 봤던 드라마 제목을 노트에 나열해 놓곤 했는데 100번째 제목을 적을 때 뿌듯했던 마음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지금은 비록 그때와는 많이 동떨어진 일을 하고 살고있지만, 아직도 옛날 나의 기록들을 보면 문득 뭉클해지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당시 열심히 쓰던 명대사 노트가 있다. 그중 좀 더 오래 기억하고자 하는 것들을 여기에 기록해두고자 한다.

첫 번째 드라마는 <동백꽃 필 무렵(2019)>이다. 이맘때쯤 방영해서 그런가 나는 쌀쌀한 이맘때쯤이 되면 동백이가 그렇게 떠오른다. 특히나 이 드라마는 여성캐릭터들의 관계성이 너무 좋다. 이 드라마로 인해 나에게 "엄마"라는 단어는 눈물버튼이다. 각설하고, 개인적으로 좋아서 적어뒀던 명대사들은 아래와 같다.
🎧읽기 전, 추천 OST: 그 무렵 - 김나영

- (동백) 불공평하다. 진짜 열심히 하는데도 자식한테는 맨날 죄인이다.
- (백두) 내 속에는 그냥 온갖 못을 삼십년을 때려 박는데도 지 속에는 못 하나 박히는 게 뒤지게 싫다는데 워쪄. 기 줘야지. 내 새끼 가슴에 맺힌다는데, 그거 하나가 더 따가운걸.
- (동백) 게르마늄 이건 돈도 안돼. 이걸 왜 챙겨갔어?
- (향미) 너 기억하려고. 그 놈의 동백이 까먹기 싫어서 가져갔다 왜.
- *동백꽃: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 (향미) 드럽게 박복한 꽃말도 있어. 너 물망초 꽃말은 뭔지 알아? "나를 잊지 말아요."
- (동백) 엄마. 엄마. 소리엔 다 바보가 돼. 그렇게 평생을 퍼주면서도, 그렇게 기꺼이인걸 보면.
- (동백)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엄마를 만들었다더니
- (동백) 그런데 세상에 그런 우연은 없다. 뻐꾸기도 결국 제 자식 둔 자리를 못 떠난다.
- (동백) 엄마는 내 신장을 떼 달라고 온 게 아니다. 마지막 보험금을 주려고 온 거였다.
- (동백) 인생은 약간 반자동이라 살아진다.
- (동백) 엄마가 되기 전엔 모른다. 엄마의 무수한 방이 얼마나 알알이 걱정이었는지
- (용식) 엄마는 왜 그렇게 잠도 없고, 왜 그렇게 마음껏 아프지도 못하고, 뭘 그렇게 맨날 노심초사 동동된다.
- (동백) 익숙함이 경계심을 이기는 순간 사고는 일어나고, 하늘이 아무리 비상등을 깜빡여줘도, 항상 그 발을 떼서 문제다.
- (용식) 자식은 늘 아홉을 뺏고도 하나를 더 달라고 조르는데, 부모는 열을 주고도 하나가 더 없는 게 가슴 아프다. 그렇게 힘껏 퍼주기만 하는데도 자식한텐 맨날 그렇게 빚진 사람이 된다.
- (백두) 애니께 평생가지. 굳지도 않고 시멘트를 긁어놨으니 그 빚을 우쩌케 혀. 그 생채기는 평생 갈걸.
- (동백) 마음은 울지만, 손은 바쁘다.
- (용식) 몸을 움직여, 뇌를 속인다.
- (동백) 엄마가 되어봐도 엄마를 못 따라간다.
- (정숙, 동백엄마 편지中) 근데 네가 진짜로 술집을 하고 사는 거야. 그것도 미혼모로. 정말로 내 팔자를 물려받았나 억장이 무너졌는데, 근데 가만 들여다보니까 네가 웃어. 니가 웃는거야. 너는 나랑 다르더라고. 못해준 밥이나 실컷 해주면서 내가 너를 다독이려고 갔는데 니가 나를 품더라. 내가 니 옆에서 참 따뜻했다. 이제와 이런 이야기를 너한테 다 하는 이유는 용서받자고가 아니라 알려주고 싶어서야. 동백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어. 버림받은 일곱 살로 남아있지 마. 허기지지 말고, 불안해 말고 훨훨 살어 훨훨. 칠 년 삼 개월이 아니라, 지난 삼십사 년 내내 엄마는 너를 하루도 빠짐없이 사랑했어.
- (종렬) 원래 부러운 마음은 표내기 싫어도, 힘내란 소리는 그렇게 흔쾌하더라고.
- (정숙) 나중에 말고 당장 야금야금 부지런히 행복해야 해.
- (동백) 행복은 쫓는 게 아니라 음미야 음미.
- (동백) 내 인생은 모래밭 위 사과나무 같았다. 파도는 쉬지도 않고 달려드는데, 발 밑에 움켜쥘 흙도 팔을 뻗어 기댈 나무 한 그루가 없었다. 이제 내 옆에 사람들이 돋아나고, 그들과 뿌리를 섞었을 뿐인데, 이토록 발 밑이 단단해지다니 이제야 곁에서 항상 꿈틀댔을 바닷바람, 모래알 그리고 눈물 나게 예쁜 하늘이 보였다.
- (동백)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을까?
- (용식) 동백씨는 그런 복권 같은 거를 믿어요?
- (동백) 아니요. 나는 나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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