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글은 나의 옛날 집들에 대한 애도의 글이다.

의식주 중에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나의 답은 '주(住): 주거 공간'이다.
'후천적 내향인'이라 내 공간에 대한 집착과 애정이 강한 편이다. 그렇기에 나의 공간에 자금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편이고, 정돈되지 않은 것은 용서하지 않는다. 늘 처음 세팅한 장소에 해당 물건이 있어야 한다. 보기에 깔끔해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올해는 이사를 참 많이 했다. 내 손때가 잔뜩 묻은 집, 자주 가던 가게, 음식점, 산책 코스까지 두고 떠나는 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언젠가 떠나야 할 때가 온다.
나의 첫 이사는 7살쯤이었다. 당시 근처에 있는 좀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된 상황이었다. 엄마는 친한 인테리어 업자 친구를 불러서 몇 달에 걸쳐서 새집 인테리어를 하셨다. 앉기에는 좀 불편해 보이는 엔틱 벤치에, 아빠가 투덜거리며 반대하던 우드톤의 커다란 브라운 가죽 소파, 노란 장판을 걷어내고 모든 방에 마루를 깔면서 엄마는 하루를 거르지 않고 그 집에 찾아갔다. 하지만, 어린 나에게는 그저 내 방과의 이별이 슬프고 서러울 뿐이었다. 3층에 사는 단짝 친구와도 멀어져야 하고, 친해진 앞집 아줌마랑도 헤어져야 한다니. 엄마가 가장 기대하던 이사 가는 날 나는 텅 비어버린 옛날집 거실에 앉아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도 전학, 대학교 진학 등 몇 번의 이사를 했다. 이제 이사가 익숙해질법도 하고, 이 정도로 이사를 다니면 집에 대한 애정이 떨어질 만도 한데 나에게는 그게 늘 어려웠다. 매번 만나는 새로운 나의 공간에 정을 붙이고, 떠날 때엔 누구보다 슬퍼했다.
첫 자취를 하게 되었을때는, 어렵사리 스스로 100만 원을 모았다. 이유는 온전히 집 꾸미기를 위해서였다. 집을 고를 때도 부동산에서는 옵션이 많은 방을 보여줬지만, 일부러 옵션이 아무것도 없는 방을 골랐다. 내가 산 침대와 침대프레임, 책상, 커튼, 매트, 각종 인테리어 소품들을 그 방에 들이며 2n년 인생 처음으로 나를 위해(정확히는 나의 집을 위해) 100만 원을 소비했다.
두 번째 자취방으로 이사를 갈 적에는 그 집에서 쓰던 많은 물건들을 정리해야 했다. 집이 좁아지기도 했고, 지역이 바뀌면서 더 많은 짐을 포기해야 했다. 그래서 짐을 싸기 전에 예전집 사진을 많이도 찍어뒀다. 낮에도 찍고, 밤에도 찍고, 영상으로도 담아뒀다. 두 번째 집부터는 예전만큼의 애정을 쏟지 않았다. 첫정이 뭐라고 그다음의 무엇도 그 마음을 이기지는 못했다.
오늘은 문득 그 예전집이 떠오르는 날이었다. 이맘때쯤 찬 겨울이 오기전엔 늘, 베란다 바로 옆에 위치한 침대에 누워 시린 코를 이불속으로 숨기며 늦잠을 자곤 했었는데.. 언제 이렇게 어른이 돼서 해가 미처 뜨기도 전에 출근이라는 걸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11월이면 늘 창고에 있던 크리스마스 박스를 꺼내서 트리를 설치하던 나의 방 왼쪽 코너도,
긴 샤워를 하고 나면 짜증나게 들뜨던 종이 벽지도,
친구들과 새벽까지 수다를 떨면서 먹고 마시던 흰 테이블과 파란색 매트도,
유난히 그리운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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